인력과 마음을 모아 침체의 굴레 끊어야
국민문화재단 이사회 결과 김경호 국민일보 사장의 연임이 결정됐다. 주요 경영진 선임 때마다 조직이 어수선했다곤 하나 이번에는 유독 구성원의 관심이 높았다. 지금의 기술혁명 시대가 그렇게 규정된 것처럼, 국민일보의 현실 역시 불안과 기대가 뒤섞인 상황이기 때문일 것이다. 노동조합은 안팎으로 중요한 시기를 맞아 새로운 도약의 시간을 부여받은 경영진에게 당부하려 한다. 그것은 인력을 확충하고 처우를 개선하여 마음을 모으라는 요구다.
그간 많은 한숨과 고민이 제40대 노조 사무실 문턱을 넘어왔다. “덜 일하고 싶다”는 푸념은 없었다. 모두 한결같이 “잘 일하고 싶다”는 하소연이었다. 이직 제안이 있으나 응하지 않았다거나, 보다 나은 결과를 바라지만 일할 여건이 점점 나빠진다거나, 누군가가 자신의 노동을 쉬운 것으로만 취급해 안타깝다는 말들이었다. 어렵게 말을 꺼내는 이마다 인력 공백을 우려했고, 부서에서 인정받고 도움이 되고 싶어 했고, 결국 우리가 타사를 압도하길 희망했다.
우리 조직은 조용하나 이는 문제와 한계가 없어서가 아니다. 많은 이들은 나약한 불평으로 들리는 것이 싫어서, 동료와 옆 부서가 더 힘들 것이라 배려해서 저마다 말을 삼켜 왔다. 그러니 노조가 지금 말하지 않는다면 언제 누가 말하겠는가. 지속된 인력난은 상처를 곪게 했고 이제 각자의 체념을 넘어 서로의 갈등을 낳으려 한다. 외부 경쟁 상대를 향해야 할 분한 마음이 어느덧 우리 안을 파고들어서, 서로 짊어진 짐을 비교하고 원망하는 기류마저 생기고 있다.
올 한 해 정년퇴직 이외에도 여러 동료가 우릴 떠났다. 부서마다 두셋이던 내근데스크는 이제 겨우 한 명이거나 없어서, 부장은 마감에 허덕이고 기자는 교육이 부족하다. 야간에 편집기자 한 명이 여러 판을 맡는 일은 큰일이라는 생각마저 희미해졌다. 잠들기 직전까지 내일의 지면과 제목을 생각했다는 선배들 경험담은 그저 낭만이 돼 있다. 아무런 수혈 없이 점점 많은 일을 해온 일반직군은 어떠한가. 충원도 설명도 없는 현실은 홀대의 불안을 낳고 공동체를 해친다.
예전 우리는 허덕이며 일하다가도 서로를 보듬었다. 저연차 기자들을 해외에 파견해 무엇이든 써 보게 하는 새로운 시도도 했었다. 6년여 전 그 ‘백팩 리포트’를 고안한 이도, 지금 ‘미래팀’ 혁신을 고심하는 이도 김경호 사장임을 노조는 알고 있다. 그렇게 앞서가려는 의지가 명맥을 유지해서, 노조에는 남다른 보도를 자랑스러워하는 조합원도 찾아오고 사업 트렌드를 고심하는 조합원도 찾아온다. 노사의 인식은 그렇게 국민일보란 자부심을 원한다는 지점에서 일치하고 있다.
국가란 흙더미와 핏방울만이 아니라 기억과 이야기로 이뤄진다는 말이 있다. 회사의 존재 역시 건물과 비용이 아닌 콘텐츠와 인력으로 설명돼야 옳다. 이사회날 오후엔 수습기자가 되려는 이들이 최종 면접장에 와서 꿈을 말했다. 우리가 그래왔듯, 이들도 문장마다 국민일보가 빛나길 바라는 마음을 새길 것이다. 이들이 후일 기억할 우리만의 이야기는 무엇이어야 하겠는가. 인간 노동의 가치부터 귀하게 여겨 기술혁명 시대를 돌파한 자부심이어야 한다고, 노조는 믿는다.
2025년 12월 18일
전국언론노동조합 국민일보지부